여름이 끝나가는 8월 말과 9월 초, 무더위는 물러가고 여행지의 붐비는 인파도 점차 사라집니다. 이런 시기는 진정한 힐링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특히 섬은 육지보다 한 발짝 떨어진 고요함을 가지고 있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여행지로 제격입니다. 조용하고, 공기가 맑고, 걷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는 곳. 이번 글에서는 그런 ‘휴가 끝자락’에 어울리는 국내 섬 여행지를 세 곳 소개합니다.
전남 완도 소안도 –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섬
전라남도 완도군에 속한 소안도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지만, 한 번 다녀온 이들이 조용한 힐링을 위해 다시 찾는 장소입니다.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약 40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 이 섬은, 관광보다는 정적인 쉼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적합합니다.
소안도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청정한 자연 환경입니다. 섬을 따라 나 있는 해안길은 파도 소리가 가득한 산책로로, 바다와 숲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는 없지만, 그만큼 사람도 적고 상업적인 요소도 거의 없어, 걸음걸이마저 느려질 만큼 고요합니다.
소안도에는 평화공원, 소안항 방파제, 작은 포구들, 그리고 숲길과 마을길이 조용히 연결되어 있어, 특별한 목적 없이 천천히 걷기 좋습니다. 섬 곳곳에 있는 벤치와 정자는 쉼 없이 걸어도 부담 없는 여유를 제공하며, 한적한 바닷가에서 듣는 파도 소리는 마음의 소음을 덜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숙소는 현지인 민박, 작고 아늑한 펜션이 대부분이며, 대부분은 바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창문을 열면 바다 바람과 파도 소리가 들어옵니다. 식사는 생선구이, 전복죽, 해초무침 등 신선한 해산물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차림은 소박하지만 정갈하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경북 울릉도 – 자연이 그대로인 힐링섬
동해에 떠 있는 섬, 울릉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성수기에는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여름 끝자락인 8월 말부터는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섬 본연의 조용한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울릉도는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만큼 사람의 손이 덜 닿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울릉도는 청정지역으로 공기와 바닷물 모두 맑고 깨끗합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해안 일주도로는 차량이나 전기 자전거를 이용해도 좋고, 일부 구간은 도보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도로 옆으로 펼쳐지는 해안 절벽과 푸른 바다는 국내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명소로는 내수전 전망대, 독도전망대, 나리분지가 있으며, 모두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특히 나리분지는 화산 분화로 형성된 평지로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넓은 들판이 펼쳐진 지역인데, 트레킹 코스로도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걷기만 해도 자연이 주는 위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울릉도의 숙소는 중저가 호텔, 가족형 펜션, 리조트형 민박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청결하고 조용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음식은 지역 특산물인 따개비밥, 오징어물회, 울릉도 약소불고기 등이 있으며, 맛과 영양 모두 훌륭해 식사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 됩니다.
전남 고흥 연홍도 – 예술과 고요가 머무는 섬
전라남도 고흥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연홍도는 ‘예술이 있는 섬’이라는 별칭을 가진 감성적인 장소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마을 전체가 갤러리처럼 꾸며진 미술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아직은 상업화되지 않아 여유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연홍도의 가장 큰 특징은 골목골목에 숨겨진 벽화와 조형물입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시각적 자극이 주어지며, 마치 전시관 안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섬 전체는 매우 조용합니다. 거주 인구도 많지 않고, 관광객도 붐비지 않아 걷는 내내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섬 바깥쪽에는 해안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어, 예술적 감성뿐만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바다 풍경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파도 소리와 함께 걷는 길은 그 자체로 힐링의 시간이며,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숙소는 많지 않지만,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나 소박한 민박이 존재하며, 대부분이 마을 중심지와 가까워 이동이 편리합니다. 식사는 집밥 스타일의 해산물 요리로 이루어지며,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하고 따뜻한 식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휴가의 마지막은 때론 여행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여정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정리의 시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안도의 조용한 바닷가, 울릉도의 깊고 맑은 자연, 연홍도의 예술과 고요는 각각의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이제 복잡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한 번쯤은 그런 섬에 머물러 보세요. 어디를 돌아보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진짜 쉼이 있는 곳, 그것이 바로 휴가 끝자락의 섬 여행입니다.